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가 몇 살까지 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라 단위로 수십만 명을 모아 놓으면 꽤 정확한 숫자가 나와요. 지금 태어난 아이가 평균 몇 년을 살지 계산한 값을 기대수명이라고 해요.
세계은행 자료로 세계 기대수명 순위를 세워봤어요. 한국은 83.63년으로 상위권이에요. 그런데 남자와 여자를 나눠 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어요.
세계 기대수명 순위, 한국은 14위입니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17개 나라와 지역을 그대로 줄 세운 결과예요.
위쪽에 낯선 이름이 여럿 보여요. 모나코, 산마리노,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지브롤터, 프랑스령 폴리네시아가 다 인구 10만 명 안팎이에요. 모나코는 3만 8천 명 정도예요.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나라만 다시 세우면
217곳 중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곳은 160곳이에요. 소국을 빼면 한국은 14위에서 8위로 올라갑니다.
한국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나라 중 여덟 번째로 오래 사는 나라예요. 위에 있는 일곱 곳 가운데 인구가 한국보다 많은 곳은 일본 하나뿐이에요.
작은 나라가 왜 위쪽에 많나요?
인구가 적으면 평균이 크게 움직여요. 모나코는 인구 3만 8천 명인데 1년에 태어나는 아이가 수백 명이에요. 게다가 이런 곳은 부유한 사람이 세금 때문에 옮겨오는 경우가 많아서 주민 구성 자체가 일반적인 나라와 달라요.
남자와 여자를 나누면 그림이 뒤집힙니다
한국의 83.63년은 남녀를 합친 평균이에요. 나눠 보면 남자 80.8년, 여자 86.6년이에요. 5.8년 차이가 나요.
기대수명 상위 10개국의 남녀 기대수명 (2024, 인구 100만 이상)
파란 막대가 남자, 빨간 막대가 여자예요. 막대 길이는 88.2년을 100으로 놓고 비교했어요.
한국 여자는 86.6년으로 상위 10개국 중 홍콩과 일본 다음이에요. 그런데 한국 남자는 80.8년으로 열 곳 가운데 가장 짧아요. 쿠웨이트 남자보다 3년, 홍콩과 스위스 남자보다 1.9년 짧게 살아요.
순위를 끌어올린 쪽은 여자예요. 남자만 놓고 보면 한국은 상위권에서 가장 뒤에 있어요.
숫자로 번역하면
한국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남녀가 있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5.8년을 더 살아요. 5.8년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의 시간이에요.
한국 남자가 쿠웨이트 남자만큼 산다면 3년이 늘어요. 은퇴를 65세로 잡으면 은퇴 후 기간이 15.8년에서 18.8년으로 19% 길어지는 셈이에요.
격차가 계속 이 정도였나요?
아니에요. 오히려 많이 좁혀졌어요. 1990년에는 남자 67.5년, 여자 75.9년으로 격차가 8.4년이었어요. 2024년에는 5.8년이에요. 34년 동안 2.6년이 줄었어요.
격차가 줄어든 건 남자가 오래 살게 됐기 때문입니다
격차가 줄었다는 말은 두 가지로 읽힐 수 있어요. 여자가 덜 살게 됐거나, 남자가 더 살게 됐거나요. 실제 숫자를 보면 답이 명확해요.
한국 남녀 기대수명 변화 (1990~2024)
34년 동안 남자는 13.3년, 여자는 10.7년 늘었어요. 남자가 더 빠르게 따라붙었어요.
남자가 13.3년, 여자가 10.7년 늘었어요. 둘 다 늘었는데 남자가 2.6년 더 늘어서 격차가 줄었어요. 여자가 덜 살게 된 게 아니에요.
남녀 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어디인가요?
러시아예요. 남자 68.3년, 여자 78.9년으로 10.6년 차이가 나요. 라트비아 9.9년, 우크라이나 9.6년이 뒤를 이어요. 격차가 큰 나라는 동유럽과 옛 소련 지역에 모여 있어요.
격차가 작으면 좋은 건가요?
그렇게만 볼 수는 없어요. 격차가 가장 작은 쪽에 두 종류가 섞여 있거든요. 토고는 0.5년, 나이지리아는 0.6년인데 남녀 기대수명이 둘 다 55세에서 63세 수준이에요. 반대로 쿠웨이트는 1.6년인데 남녀 모두 83세를 넘어요. 같은 작은 격차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나와요.
이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지점
기대수명은 지금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몇 년을 살지 예측한 값이 아니에요. 그해의 연령별 사망률이 평생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값이에요. 의학이 발전하면 실제로는 더 오래 살게 돼요.
순위표에는 나라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지브롤터,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같은 지역도 세계은행 집계 기준 그대로 넣었어요. 이 곳들을 빼면 순위가 달라져요.
걸프 국가의 남녀 격차가 작은 데는 인구 구성이 얽혀 있어요.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는 젊은 남성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아서 남성 평균이 올라가는 쪽으로 작용해요. 같은 1.6년이라도 스웨덴의 3.0년과 같은 뜻으로 읽으면 안 돼요.
그래서 지금 뭘 확인하면 되나
- 내 나이대의 값은 따로 봅니다. 기대수명은 0세 기준이에요. 이미 60세인 사람의 남은 수명은 통계청 생명표의 기대여명에서 따로 확인해야 해요.
- 남녀를 나눈 숫자를 봅니다. 합친 평균 하나만 보면 5.8년짜리 차이가 통째로 지워져요. 노후 자금이나 보험을 계산할 때는 성별 값을 써야 실제에 가까워요.
- 부부의 나이 차이를 같이 계산합니다. 남편이 두세 살 많은 부부라면 아내가 혼자 지내는 기간이 8년 안팎이 돼요. 격차 5.8년에 나이 차이가 더해지기 때문이에요.
확인처: 통계청 생명표(KOSIS), 세계은행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요. 시도별 고령인구 비율 순위를 보면 부산과 전남이 가장 빠르게 늙고 있어요. 시도별 의사 수 순위도 함께 보면 의료 접근성이 지역마다 얼마나 벌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세계 기대수명 순위에서 한국은 인구 100만 명 이상 160개국 중 8위예요. 그런데 그 자리를 만든 건 여자예요. 한국 여자는 상위 10개국 중 세 번째로 오래 살고, 한국 남자는 그 열 곳 가운데 가장 짧게 살아요. 순위 하나로 보면 잘 사는 나라인데, 나눠 보면 남자 쪽에 아직 2년에서 3년의 자리가 남아 있어요.
데이터 출처
- 기대수명
-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전체 SP.DYN.LE00.IN, 남성 SP.DYN.LE00.MA.IN, 여성 SP.DYN.LE00.FE.IN. 2024년 값
- 인구
- World Bank SP.POP.TOTL, 2024년 값. 인구 100만 명 기준으로 거른 순위는 우리가 직접 계산했어요
원자료는 World Bank Open Data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세계은행이 집계 대상으로 삼은 217곳을 그대로 썼고, 지역 합계(세계·고소득국 등)는 제외했어요. 남녀 격차는 여성 값에서 남성 값을 뺀 값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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