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면 경북에서 여섯 채를 살 수 있다는 통계를 정리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값 이야기만 했는데요, 국토교통부가 낸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서울은 값만 비싼 게 아니었어요. 집 자체가 전국에서 제일 모자란 동네이기도 했거든요.
국토교통부가 매년 내는 시도별 주택보급률 순위는 가구 수 대비 집이 몇 채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예요. 100을 넘으면 이론상 집이 가구 수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에 못 미치면 집보다 가구가 더 많다는 뜻이죠. 여러분이 사는 동네는 100을 넘을까요, 못 미칠까요. 표 맨 아래를 먼저 보시면 눈을 의심하게 될 거예요.
2024년 시도별 주택보급률 순위
100%를 넘으면 그 동네는 집 걱정이 없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이 통계는 다가구주택의 구분거처(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따로 사는 형태)까지 반영해 집 수를 세지만, 실제로는 빈집이나 별장처럼 아무도 상시 거주하지 않는 집도 섞여 있어요. 그래서 100%를 넘겨도 원하는 지역, 원하는 크기의 집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은 여전히 남아요. 주택보급률 순위는 재고량의 균형을 보여줄 뿐, 실제 체감 주거난까지 다 설명하진 못해요.
서울, 경기, 인천이 나란히 100% 아래에 머물러요
표를 위에서부터 훑으면 지방이 상위권을 채우고 있어요. 그런데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이상한 줄이 하나 생겨요. 14위 경기, 15위 인천, 17위 서울. 수도권 세 곳이 전부 100%를 밑돌아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땅에 정작 집은 가구 수만큼도 채워지지 않은 거예요.
이유는 단순해요. 사람들이 일자리와 학교를 따라 수도권으로 계속 이사했지만, 새 집을 지을 땅은 그만큼 늘지 않았어요. 서울은 이미 빈 땅이 거의 없어서 낡은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재건축, 재개발에 의존하는데 이 과정은 길게는 10년 넘게 걸려요. 그사이 집을 짓는 속도보다 서울로 들어오는 가구 수가 더 빨리 늘어난 거죠.

서울의 가구 수는 415만 9,500가구, 집 수는 390만 7,700호예요. 차이를 계산하면 25만 1,800가구예요. 만약 모든 가구가 집 한 채씩을 온전히 가지려 한다면, 서울에서만 25만 1,800가구가 집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전국 전체로 보면 집이 가구보다 64만 5,400호 더 많아요. 이 여유분은 대전 전체 가구 수(65만 8,800가구)와 맞먹는 규모예요. 전국 어딘가엔 대전 하나만큼의 빈집이 쌓여 있고, 서울에는 그만한 가구가 집을 못 채우고 있는 셈이에요.
그럼 서울 사람들은 다 집이 없다는 뜻인가요?
아니에요. 자가를 가진 서울 사람도 많아요. 다만 통계 전체로 보면 서울의 가구 증가 속도를 집 공급이 못 따라잡고 있다는 뜻이에요. 전세, 월세로 사는 가구가 유독 많은 것도 이 격차와 무관하지 않아요. 30대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다 매물이 없어 경기도로 이사하는 사례가 흔한 이유이기도 하죠.
집값 1위와 보급률 꼴찌가 같은 도시에서 나온 이유
앞서 살펴본 아파트 매매가격 순위에서 서울은 압도적 1위였어요. 그리고 이번 주택보급률 순위에서는 서울이 압도적 꼴찌예요. 우연이 아니에요. 같은 수요와 공급 구조가 두 통계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어요. 집을 구하려는 가구는 많은데 새로 지어지는 집은 적으니 가격은 오르고, 보급률은 낮아지는 거예요.
반대로 경북, 전남, 충남처럼 상위권을 차지한 지역은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기도 해요. 떠나는 가구보다 이미 지어진 집이 더 많이 남아 있으니 보급률은 계속 100%를 넘어서요. 사람이 떠난 자리에 빈집만 남는 구조가 통계로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죠.
세종은 계획도시인데 왜 벌써 108%나 되나요?
세종은 처음부터 정부가 설계해서 지은 신도시라서 순서가 거꾸로예요. 다른 지역은 사람이 먼저 모이고 집이 뒤따라가지만, 세종은 아파트 단지를 먼저 짓고 공무원과 이주민을 받는 방식으로 커졌어요. 인구 유입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이미 지어둔 집이 가구 수를 앞선 거예요.
이 통계는 어떻게, 얼마나 자주 나오나요?
국토교통부가 등록센서스 자료를 기반으로 매년 새로 계산해서 발표해요. 이번 순위는 2026년에 나온 2024년 기준 확정치를 썼어요. 다음 개편치가 나오면 이 순위표도 다시 갱신할 예정이에요.
주택보급률 순위는 결국 사람이 어디로 이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예요. 사람이 늘어나는 서울, 경기, 인천은 집이 가구 수를 못 따라가고, 사람이 줄어드는 지방은 집이 가구 수보다 남아돌아요. 집값과 빈집은 같은 원인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가지 결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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