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물가가 제일 비싼 도시가 어디냐고 물으면, 많은 분이 뉴욕이나 런던, 파리를 먼저 떠올리세요. 화려한 마천루와 명품 거리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답이에요. 그런데 글로벌 컨설팅 회사 Mercer가 매년 조사하는 물가 비싼 도시 순위를 보면, 그 답이 완전히 달라져요.
2024년 조사에서 1위와 2위는 전부 아시아 도시가 차지했어요. 다들 예상하시는 뉴욕은 7위, 런던은 8위였고, 파리는 한참 아래인 29위였어요. 9위에는 이름도 낯선 카리브해 섬나라 도시 나소가 끼어 있는데, 섬이라 생필품을 거의 다 배와 비행기로 실어 와야 하기 때문이에요. 운송비가 그대로 우유와 시리얼 값에 얹혀요.
참고로 우리나라 서울은 조사 대상 226개 도시 가운데 32위였어요.
Mercer 물가 비싼 도시 순위 TOP 12 (2024년 기준)
막대는 순위 순서를 시각화한 거예요. 실제 비용 격차의 크기를 나타내진 않아요. 오른쪽은 그 도시가 속한 대륙·지역이에요.

상위 6위 안에 스위스 도시가 4곳이나 들어가 있어요. 취리히·제네바·바젤·베른이에요. 인구 900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나라 하나가,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 상위 6곳 중 4곳을 차지한 거예요. 반면 인구가 수천만 명인 나라의 도시는 뉴욕(7위) 하나만 겨우 상위권에 들었어요.
왜 하필 홍콩과 싱가포르가 나란히 1·2위인가요?
두 곳 다 좁은 땅에 사람과 돈이 몰려 있는 도시예요. 홍콩은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어서 부동산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있고요. 싱가포르는 땅이 부족한 데다, 세계 수준의 대중교통과 도시계획을 유지하는 비용이 물가에 그대로 반영돼요.
스위스 도시 4곳이 상위권을 채운 이유
취리히·제네바·바젤·베른, 이 네 도시의 공통점은 스위스 프랑이라는 강한 통화예요. 스위스는 국제 금융과 제약 산업의 중심지라 임금 수준이 높고, 임금이 높으면 임대료와 외식비 같은 생활 물가도 함께 오르는 구조예요. 여기에 스위스 프랑 가치가 오랫동안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물가 비싼 도시 순위에서 스위스 도시들의 순위가 더 높게 나오는 효과도 있어요.
뉴욕이 세계 물가 순위의 기준 도시라던데, 그런데도 7위인가요?
맞아요. Mercer 조사는 뉴욕을 기준으로 다른 도시의 물가를 비교하는 방식인데, 기준이 된다고 해서 1위라는 뜻은 아니에요. 뉴욕의 주거비와 외식비도 세계적으로 비싼 축에 들지만, 홍콩·싱가포르·스위스 도시들의 임대료가 그보다 한 단계 더 높게 나타났어요.
표 한가운데 낯선 이름, 나소가 9위인 이유
나소는 바하마의 수도예요. 인구 30만 명이 채 안 되는 섬나라 도시가 뉴욕·런던보다 순위가 높다는 게 낯설게 느껴지실 텐데, 이유는 단순해요. 섬이라 거의 모든 생필품을 배와 비행기로 실어 와야 하거든요. 나소에서 일하는 외국계 금융회사 직원의 전형적인 하루를 생각해 보면, 마트에서 파는 우유 한 팩, 시리얼 한 상자 가격부터 본토보다 눈에 띄게 비싸요. 운송비가 그대로 최종 가격에 얹히기 때문이에요.
섬이라서 비싸다면, 다른 섬 도시도 상위권에 많이 있나요?
이번 TOP 12에서는 나소와 호놀룰루(하와이) 두 곳이에요. 둘 다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물류비가 물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도시예요. 반대로 섬이어도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싱가포르는 순위가 높은 이유가 조금 달라요. 싱가포르는 운송비보다는 땅값과 인건비가 더 크게 작용해요.
아시아 안에서도 순위가 갈려요, 서울은 32위
같은 아시아라도 순위 차이가 커요. 홍콩과 싱가포르가 1·2위인 반면, 서울은 32위, 도쿄는 49위예요. 오히려 중국 본토의 상하이(23위)와 베이징(25위)이 서울보다 순위가 높게 나왔어요. 대도시라고 다 비슷한 물가가 아니라, 그 도시가 외국계 기업 주재원의 주거비·교육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순위가 크게 갈리는 거예요.
서울이 32위인데, 그럼 도시 전체 물가가 저렴하다는 뜻인가요?
아니에요. 이 순위는 외국계 기업이 해외 주재원을 파견할 때 드는 생활비 기준이에요. 주거비·교육비·물류비처럼 주재원 특유의 비용 비중이 크고, 국내 소비자물가 체감과는 기준이 달라요. 서울 시민이 느끼는 생활비 부담과 이 순위는 직접 비교하기 어려워요.
나라의 부와 도시의 물가는 또 다른 이야기예요. 1인당 소득이 높은 나라라고 그 나라 도시가 꼭 물가 비싼 도시 순위 상위권에 들지는 않거든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순위도 함께 보면, 소득 순위와 물가 순위가 어디서 엇갈리는지 비교해 볼 수 있어요.
1·2위를 차지한 홍콩·싱가포르와 상위권 대부분을 채운 스위스 도시들의 공통점은 하나예요. 좁은 땅 위에서 큰돈이 움직인다는 거예요. 섬이라는 이유만으로 순위가 오른 나소 같은 도시도 있어요. 서울은 그 사이 32위에 있고, 물가 비싼 도시 순위는 결국 땅의 크기와 돈이 만나는 지점에서 정해져요.
두 대륙의 도시 이스탄불 여행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순위도 함께 보면 좋아요.
데이터 출처
- 통계
- Mercer 「Cost of Living City Ranking 2024」
- 조사 시기
- 2024년 3월 조사, 2024년 6월 발표
- 조사 범위
- 5대륙 226개 도시, 주택·교통·식료품·의류·생활용품·오락 등 200개 이상 품목
- 기준 도시
- 뉴욕(미국 달러 환산 기준)
이 물가 비싼 도시 순위의 원자료는 Mercer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서울·도쿄·상하이·베이징 등 개별 도시 순위는 Mercer 조사 결과를 인용한 CNBC, 컨설턴시닷아시아(Consultancy.asia) 등 보도를 교차 확인해 정리했어요.
이 순위는 얼마나 자주 갱신되나요?
Mercer는 매년 3월 조사해서 상반기 중에 새 순위를 발표해요. 2025년 이후 최신판이 나오면 이 글도 새 순위로 업데이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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