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 두 장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한 집은 400kWh를 쓰고 6만 7,140원을 냈어요. 다른 집도 똑같이 400kWh를 썼는데 5만 7,020원만 냈어요. 절약을 더 한 것도 아니에요. 같은 400kWh를 쓰고도 1만 120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딱 하나, 전기를 저압으로 받느냐 고압으로 받느냐예요.
한전 요금표를 보면 주택용 전기요금 단가는 처음부터 저압과 고압, 둘로 나뉘어요. 고지서 위쪽 계약종별 칸에 「주택용전력(저압)」 또는 「주택용전력(고압)」이라고 적혀 있어요. 이 한 줄이 전력량 요금 단가 자체를 다르게 매겨요. 대개 단독주택·다세대·연립은 저압으로 공급받아요. 아파트·오피스텔처럼 세대가 많은 공동주택은 고압으로 받아요.
주택용 전기요금 단가, 400kWh 청구액으로 계산하면
2023년 11월 9일 적용된 한전 하계(7~8월) 요금표를 그대로 썼어요. 저압은 300kWh까지 120.0원, 301~450kWh 구간은 214.6원이에요. 400kWh를 쓰면 300kWh는 1구간 단가로, 나머지 100kWh는 2구간 단가로 각각 계산해요. 여기에 구간별 기본요금 1,600원을 더하면 전기요금 계는 5만 9,060원이 나와요. 이게 한전이 공개한 주택용 전기요금 단가표에서 실제로 확인한 값이에요.
고압은 같은 400kWh에서 1구간 105.0원, 2구간 174.0원을 써요. 전력량 요금과 기본요금 1,260원을 더하면 전기요금 계는 5만 160원이에요. 여기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해요.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요금의 3.7%를 신재생에너지 등에 쓰도록 걷는 부담금)까지 더하면 청구액이 완성돼요. 그렇게 나온 최종 청구액이 저압 6만 7,140원, 고압 5만 7,020원으로 저압이 17.7% 더 비싸요.
6만 7,140원
5만 7,020원
하계(7~8월) 1구간·2구간 단가로 400kWh를 계산했어요. 부가세 10%, 전력산업기반기금 3.7% 포함, 10원 미만은 잘라냈어요.
저압 고압은 제가 고를 수 있나요?
아니요. 건물을 지을 때 한전과 맺은 공급 계약으로 이미 정해져 있어요. 세대가 많아 전력 수요가 큰 아파트는 대개 고압으로 통째로 받아서 각 세대에 나눠 쓰는 방식이라, 이사하지 않는 이상 저압에서 고압으로 바꿀 수 없어요.
왜 갈리나: 변압기를 누가 갖고 있나
전기는 원래 훨씬 높은 전압으로 이동해요. 집에서 쓰려면 낮은 전압으로 바꾸는 변압기를 거쳐야 해요. 단독주택 동네는 한전이 전신주 변압기로 낮춰서 저압으로 배달까지 끝내줘요. 그 변압 설비를 짓고 관리하는 비용이 저압 단가에 들어가요. 반면 아파트 단지는 자체 수전설비와 변압기를 갖춰요. 한전에서 고압인 채로 받아 단지 안에서 직접 낮춰요. 변압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105.0원과 120.0원, kWh당 15.0원의 단가 차이가 갈려요.
다만 이 15.0원은 세대 전기요금에만 붙는 값이에요. 아파트는 그 대신 승강기·복도·주차장 조명 같은 공용전기를 따로 써요. 그 비용은 전기요금 고지서가 아니라 관리비 항목으로 청구돼요.
그럼 아파트가 무조건 더 싼가요?
세대 전기요금만 보면 그래요. 다만 공용전기 비용이 관리비로 따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파트 생활의 전기 관련 총지출까지 저압 주택보다 항상 적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이 계산은 세대 전용 전기요금만 비교한 값이에요.
쓰는 양이 늘수록 저압과 고압 격차가 커져요
이 격차는 사용량이 늘수록 더 벌어져요. 300kWh를 쓰면 저압 4만 1,960원, 고압 3만 6,640원으로 차이가 5,320원이에요. 400kWh에서는 1만 120원, 500kWh에서는 1만 7,150원까지 커져요. 300kWh에서 5,320원이던 차이가 500kWh에서는 1만 7,150원으로 세 배 넘게 벌어져요. 2구간·3구간으로 넘어갈 때마다 저압 단가가 고압보다 더 큰 폭으로 뛰기 때문이에요. 1,000kWh를 넘기면 격차는 한 번 더 커져요. 하계 슈퍼유저 요금이 저압 736.2원, 고압 593.3원으로 붙어서 kWh당 차이가 142.9원까지 벌어져요.
숫자로 옮겨보면
매달 400kWh씩 쓰는 집이라면 1년에 12만 1,440원이 갈려요. 4인 가족 치킨 20마리 값 정도예요. 계약종별 하나가 정해놓은 차이인데, 정작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자기가 저압인지 고압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저압인지 고압인지 확인하는 순서
고지서 위쪽 계약종별 칸을 찾아요
칸에 적힌 문구로 저압인지 고압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아파트·오피스텔은 대부분 고압, 단독주택·다세대·연립은 대부분 저압이에요
헷갈리면 한전:ON 앱이나 국번없이 123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1,000kWh 넘게 쓰면 어떻게 되나요?
3구간보다 더 비싼 슈퍼유저 요금이 붙어요. 하계 기준 저압은 736.2원, 고압은 593.3원이라 많이 쓸수록 저압과 고압의 격차는 더 벌어져요.
이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지점
이 계산은 하계(7월 1일~8월 31일) 요금표만 썼어요. 기타계절(1~6월, 9~12월)은 1구간이 200kWh, 2구간이 201~400kWh로 구간 자체가 더 좁아서 같은 사용량이라도 청구액이 달라져요.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에 부가가치세 10%, 전력산업기반기금 3.7%까지는 더했지만, 매달 값이 바뀌는 연료비 조정액과 기후환경요금은 요금표에 없는 항목이라 계산에 넣지 않았어요. 그래서 실제 고지서 금액과는 차이가 날 수 있어요. 10원 미만은 전부 잘라냈어요.
아파트의 공용전기(승강기·복도·주차장 조명 등)는 관리비로 따로 청구되기 때문에, 이 비교는 세대 전용 전기요금만 놓고 본 것이지 아파트 생활 전체의 전기 비용을 비교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뭘 확인하면 되나
- 내 계약종별을 확인합니다. 최근 고지서 위쪽이나 한전:ON 앱의 전기요금 조회 화면에서 「주택용전력(저압)」인지 「주택용전력(고압)」인지 바로 볼 수 있어요.
- 내 사용량 구간으로 격차를 가늠합니다. 300kWh대면 격차는 5천원대, 400~450kWh대면 1만원대, 500kWh를 넘기면 격차가 그보다 더 커진다고 보면 돼요.
- 연료비 조정액과 기후환경요금은 이 계산으로 못 압니다. 매달 바뀌는 별도 항목이라 실제 청구서 금액은 여기서 계산한 값과 다를 수 있어요.
확인처: 한전 사이버지점 전기요금표, 한전:ON 앱
저압이냐 고압이냐는 내가 고르는 값이 아니라 건물이 지어질 때 이미 정해진 값입니다. 그 계약종별 하나로 같은 400kWh를 쓰고도 한 달에 1만 120원, 1년이면 12만 1,440원이 갈립니다. 사용량이 늘수록 그 격차는 더 커지므로, 아낄 수 있는 건 계약종별이 아니라 구간을 넘기지 않는 사용량뿐입니다.
이 주택용 전기요금 단가 비교의 원자료는 한전 사이버지점 전기요금표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지역마다 전기요금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전기·가스요금 상승률 순위에서 다뤘어요.
- 주택용 전력(저압) 요금표
- 기본요금·전력량 요금(하계/기타계절), 한국전력공사, 2023년 11월 9일 적용, 2026-09-16 재확인
- 주택용 전력(고압) 요금표
- 기본요금·전력량 요금(하계/기타계절), 한국전력공사, 2023년 11월 9일 적용, 2026-09-16 재확인
청구액은 기본요금과 구간별 전력량 요금에 부가가치세 10%, 전력산업기반기금 3.7%를 더해 계산했어요. 연료비 조정액·기후환경요금은 포함하지 않아 실제 고지서와는 차이가 날 수 있어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세대별 실제 청구액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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